2015년 1월 13일 화요일

하트커넥트 성우 낚시사건-마무리


작품성만큼은 꽤 높은 평가를 받은 하트 커넥트는 애니 제작사인 실버 링크가 발매 연기까지 한 보람도 없이 광미디어 판매에서 쪽박을 차버렸다. 1, 2권 초동 판매량이 2,588장/2,053장으로 그냥 무시하고 있으면 오타쿠들이 안 사고 배기겠어? 라는 생각으로 뺀질대다가 대실패. 만약 다음 작품들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꽤 타격이 클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같은 제작사에서 방영된 다른 애니의 판매량이 3천장을 넘지 못한 채 부진했다. 꼴 좋다! 그리고 어김없이 원작자만 불쌍해졌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논논 비요리 등 상당한 인기를 끌며 판매량도 중박 이상을 건져 낸 애니들도 있었기에 제작사가 해당 사태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음이 자명하다.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태를 돌이켜 보면, 비인기 성우들을 바보로 만드는 저열한 이벤트들이 더는 기획되지 않고 있고 업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발언들도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은 사건의 긍정적인 여파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낚시 사건에 관여했던 성우들은, 이 사태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의 예상관 달리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별다른 휴지기 없이 여전히 비중 있는 인기 성우로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 다수도 어떻게 이런 식의 이벤트를 벌일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이 올라 왔고, 실버 링크의 거래처 중 한 곳에서는 이런 짓 하는 업체와는 앞으로 거래를 끊어야겠다는 강경한 논조로 트위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일본에서 이지메로 자살 유도를 한 사건까지 벌어진 판국이었기에 연이은 사과문 러시에도 일이 안 커지길 기대하는 게 무리다는 전망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미즈시마 타카히로를 제외한 관계자들은 안 좋은 시선 및 영구까임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문제를 일으킨 성우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이후 반성하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해도 재평가는 힘들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하트 커넥트 사태엔 무명 성우가 피해자였다는 사실, 즉 권력 상하 관계를 이용한 악질성이 있었고, 특히 이벤트를 주도한 몸통, 즉 스폰서와 프로듀서들의 뻔뻔한 사후 대처로 논란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과 한국에서 하트커넥트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어느 정도 있는 편임을 감안해야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사건 초기엔 대중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지만 애초부터 몰래카메라 형식의, 질이 나쁜 단기 기획성 이벤트였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정의하는 이지메, 즉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형성된 인간 관계를 매개로 한 지속적인 신체, 심리 학대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셈.

이렇듯 일본의 일반 대중 상당수는 해당 사건을 가담 성우들을 완전히 매장해야만 하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이지메 범죄로 보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문구를 넣은 사과문을 발표한 카네모토 히사코는 일본에선 사건 당시에도 그랬고 2014년에도 여전히 충성심 강한 코어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성우이다. 2014년 기준으로 일본에서 아직도 카네모토를 하트 커넥트 사태와 연결해서 비난하는 집단은 혐한초딩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2ch 카네모토 스레드가 이들에게 점령당한 대표적인 곳인데, 여기엔 입에 담기 힘든 성폭행 발언과 혐한성 기사를 링크하는 게시물로 가득하다. 니코동 등 그외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선 카네모토를 그 사태와 엮는 경우가 드문 편. 그에 반해 별다른 팬덤이 없는데다 사전에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이 터져서 이런 문제에 민감해 했던 한국에선 순식간에 막장녀로 고착,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피해자와 사적 친분이 있는 관계였고, 성의 있는 사과문을 내놓는 등의 납득 가능한 사후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테라시마 타쿠마는 2014년 기준으로 카네모토 히사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판을 받는 정도가 강하다. 실제로 2014년 2월 20일, 안티들에게서 위험한 공격적 멘션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테라시마에게도 일본 내에선 여전히 무시 못할 팬덤이 존재하고 있고, 무엇보다 업계에서 만만찮은 파워를 과시하는 소속사 액셀원의 푸쉬가 있기에 캐스팅 경쟁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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